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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가오슝 여행] 셋째 날, 컨딩에 전기 스쿠터로 촨판스, 어롼비 공원, 롱판 공원을 둘러보다
    여행/대만 가오슝 여행 2020. 1. 25. 11:51

    대만 가오슝 여행 3일 차 일지

     

    여행 셋째 날, 컨딩에 전기 스쿠터로 촨판스, 어롼비 공원, 롱판 공원을 둘러보다

    1. 가오슝 여행을 마치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다

    가오슝을 5박 동안 관광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넉넉하다. 그래서 보통 여행 코스로 타이난이나 컨딩을 둘러본다. 타이난은 대만의 남서부에 있는 대도시로서, 명승고적들이 많다. 컨딩은 대만의 최남단에 있는 인기 관광지로서, 바다와 육지가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오슝보다는 컨딩 쪽이 더 끌렸다. 한국에서 컨딩의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이미 예약해 두었다

     

    이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컨딩으로 가는 길을 공항 안내대에서 확인했다. 컨딩으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미려도(메이리다오) 역 버스터미널을 타거나, 공항에서 직통 컨딩행을 타거나, 줘잉 역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된다. 이 중 줘잉 역을 이용해야 시간이 가장 절약된다. 별도의 예약은 필요 없이 현장 결제를 하면 된다. 컨딩에서 줘잉 역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갓길에 정차한다. 컨딩에서 표를 사기가 애매하므로, 왕복권을 구매하는 쪽이 이득이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하여 줘잉 역을 향했다.

    2. 컨딩은 코발트색 산호바다의 자연공원이 아름다운 해안 마을

    컨딩은 코발트색 산호바다, 흰 모래톱, 석회암 국립 공원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거센 파도 위 서핑을 즐기거나, 해안가로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 위에 스쿠터나 오토바이 드라이브를 즐긴다. 면허 있는 내지인은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을 간다. 외국인은 오토바이를 빌릴 수 없고, 전기 스쿠터까지만 가능하다. 자연공원을 다니는 데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 전기 스쿠터를 빌려서 돌아다닌다.

    나는 사려 깊고 위트가 넘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세 가지의 치명적인 결점이 있다. 집 근처 다섯 발자국만 벗어나면 원시림에 들어온 관광객인 듯 조난하는 총체적인 공감각의 궤멸이 첫째이다. 공이 들어가는 운동과 안 들어가는 운동에 끔찍한 적성을 가진 운동신경이 둘째이다. 비쩍 마른 황태 채보다도 메마른 감수성이 셋째이다. 운전은 첫째 결점과 둘째 결점이 교집합을 이룬다. 전공 밖이다.

    3. 줘잉 역에서 컨딩행 고속버스에 오르다

     

    줘잉 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대형 버스들이 우르르 정차해 있는 승강장이 나온다. 내가 버스 승강장에 도착했을 당시 10시 58분쯤 되었다. 곧 출발할 듯싶어 부랴부랴 타려고 했다. 정차 티켓이 필요하단다. 실내 2층으로 올라가서 조그만 부스가 있다. 거기서 컨딩행 왕복권을 살 수 있다.

     

    왕복권을 600대만 달러 (24,000원)에 주고 샀더니 11시가 넘었다. 야속한 컨딩행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뭐 별수가 없으니 삼십 분 더 기다려서 다음 버스를 탔다. 편의점에서 산 35대만 달러 짜리 홍차 라테로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부릉부릉 버스를 타는 동안 컨딩의 즐길거리를 생각 외로 볼거리가 많아 보였다. 힐링이 주목적인 촌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파워 워킹 하는 여행자는 1박 2일로 충분하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하다. 느긋하게 돌아본다면 일정이 부족한 감이 있어 보였다. 하루만 더 휴가가 있었으면 2박을 했겠다.

    날씨가 매우 화창했다. 날여름에는 러시아, 봄과 가을에는 한국, 겨울에는 동남아에서 살면 항상 따뜻하게 지내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심각한 미세먼지가 예보된다고 하는데, 어째 이곳은 맑고 푸르렀다. 서울보다 일교차가 큰 대도시는 평양, 토론토, 베이징 정도다. 한국은 여름은 짜증 나게 덥고 겨울은 매섭게 춥다. 위 경도만 조금 틀면 이렇게 살만한데 조그만 서울에서 시루떡이 되어 아웅다웅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4. 컨딩에 도착해 밥집에서 공심채를 먹다

     

    예약한 숙소의 이름이 '켄팅 마이 하우스'이다. 캡슐 호텔로 되어 있는 1인실이 있는 게스트하우스이다.

     

    가격은 1박에 아침 합해서 3만 원 정도 되었다. 한 시 반 쯤 되었는데, 체크인이 3시부터이며 짐을 맡겨주겠다고 했다.

     

    근처에서 식사하기 위해 트립어드바이저로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물색했다. 컨딩은 가오슝과 달리 그렇게 유명한 음식점은 없어 보였다. 가장 가까운 현지 밥집에 갔다. 점심시간이 살짝 넘어서 종업원들이 좀 쉬고 있었다. 한국인이라 하니 한국어 메뉴를 가져다주었다.

     

    한국인들이 오리고기 많이 먹는다고 했다. 호불호 안 갈리는 공심채와 마라 두부, 그리고 밥 하나 주문했다. 공심채는 동남아에서 즐겨 먹는 초록색 나물이다. 영어로는 모닝글로리라 한다. 생긴 건 미나리 줄기처럼 생겼다.

     

     

    기름에 무쳐 먹으면 시금치와는 비슷하면서도 맛있는 별미이다.

     

    5. 전기 스쿠터를 계약하고 3분 운전 특강을 받다

    벌써 2시 반이 다 되어갔다. 빨리 관광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호객하는 아주머니 한 명과 전기 스쿠터를 계약했다. 서로 영어 안 통하기에 아라비아 숫자 필담에 간단한 한자에 별걸 다 동원하여 대여 시간과 가격을 전달받았다.

    3시부터 시작하면 반나절이라 7시까지 가져오면 되고, 300 대만달러(12,000원)라고 했다. 반면 내일에 종일 계약하면 8시부터 6시까지인데, 이건 500 대만 달러 (2,000원) 이라고 했다. 대만은 바가지 안 치니 깎을 필요도 없었다. 알겠다고 하고 계약을 하고 여권을 맡겼다. 보험을 안 들어놨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흠집 확인을 위해 서로 스쿠터의 사진을 찍었다. 아예 맵을 펼쳐주고 아줌마가 반일 여정과 전일 여정을 정해 주었다. 반나절 쪽은 어롼비 공원과 롱판 공원을 경유하는 경로이다.

    아주머니가 헬멧 쓰게 하고, 분홍색 스쿠터 하나를 끌고 왔다.

    "스쿠터 탈 줄 알아요?"

    "아뇨, 지금 배워야죠."

    "자전거는요?"

    "자전거는 알죠."

    간단한 강습을 했는데, 아주 간단한 특강임에도 불구하고 조작법이 매우 단순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물어본 이유가 있었는데 자전거와 방법이 별반 다르게 없었기 떄문이다. 브레이크 똑같고, 균형 잡는 법 똑같다. 오른쪽 핸들을 조금씩 돌리면 전동차가 움직인다. 휙 돌리면 급발진하므로, 조금씩 꺾기가 요령이다. 아주머니는 그걸 "슬로슬로슬로"로 표현했다. 슬로슬로슬로, 숙련된 강사, 연륜의 압축.

     

    붕붕 전기 스쿠터를 타고 도로 주행을 시작했다.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시속 30km보다 높아지지는 않았다. 해안가 따라서 갈림길 하나 없는 로드 투어인지라 길 찾을 고생은 없었다.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어롼비 공원으로 출발이다. 화창한 겨울 하늘에 생크림 구름이 동동 떠 있다.

    6. 먼바다에 떠 있는 산호초 바위, 촨판스를 관광하다

    컨딩시내에서 좀 벗어났다. 미술실 석고상 머리가 커다랗게 먼바다 위에 동동 떠 있다. 현무암 회색 암초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 머리엔 이끼가 껴 있다. 촨판스(선범석)라는 산호초 바위이다. 큰 돛단배가 마치 뒤집힌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 닉슨 대통령 두상이랑 비슷하다고 해서 닉슨 바위라고도 한다. 물론 도청으로 탄핵당한 전직 미합중국 대통령 얼굴을 알 리가 없다. 이미 세계사가 쌓은 지층 한편의 인물이 되었다.

    닉슨 바위는 도로에서 좀 내려가야 하고, 바닷가가 울퉁불퉁 위험한 현무암질이라 가까이서 보기는 어렵다.

     

    7. 동화 속 푸른 언덕 같은 자연공원, 어롼비를 관광하다

    해변으로 난 단방향 도로를 우직하게 이십 분 달려갔다. 어롼비 공원의 주차장이 나왔다. 전기 스쿠터를 10대만 달러 (400원) 주고 주차했다. 60 대만 달러를 추가로 주고 공원에 들어갔다.

     

    푸른 잔디 언덕, 높디높은 야자나무 숲, 언덕 꼭대기 새하얀 등대. 모두 어롼비 공원의 단상이다. 담백하다면 담백한 풍경일 수 있지만, 심심한 평화로움 속 드넓은 언덕이 볼 만하다.

     

    단체 여행을 온 나이 든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들이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길만한 원목 테이블이 초원 위에 있다.

    회중시계 찬 토끼가 취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만인 부부가 앉아서 한가롭게 소풍을 즐긴다.

     

    언덕 위에 있는 등대는 내부가 수리 중인지라 입장할 수 없다. 아쉽다.

     

    8. 외롭고 거친 바위 언덕의 자연공원, 롱판을 관광하다

    어롼비 공원을 빠져나와 20여 분 더 가면, 롱판 공원이 나온다.

     

     

    롱판 공원은 어롼비와 달리 돈을 받지 않는다. 롱판 공원은 석회암 기반의 드넓은 대지이다.

    대지 끝 벼랑에는 바다가 있고, 거센 파도는 강풍을 만든다. 어롼비 공원이 관리 철저히 받는 동화 속 언덕이라면, 롱판 공원은 외롭고 거친 야생의 바위 언덕이다.

     

    인공물이 없기 때문에 해돋이와 별을 보기에 제격이라고 한다. 삼각대를 세우면 날아갈 정도의 강풍이 거세게 불었다. 시리게 맑은 풍경을 아껴 보려고 선글라스를 꼈다.

    파노라마를 찍어보려고 했다. 바람이 거세 짐볼이 꺾어 그러진 못했다.

    9. 지도 안 보고 직진하다 불빛 없는 심야에 잠기다

     

    오후 다섯 시였다. 롱판 공원을 다 본 뒤에는, 왔던 길을 얌전히 되돌아가야 옳다. 지도상으로는 돌아가는 길이 있긴 한데, 내지로 돌아가는지라 해안가 보는 재미도 없고 거리가 멀어 전기 스쿠터로 가기에는 부적합하다.

     

    애석하게도, 일부 사람은 탐험가 기질이 있어 지도를 보다는 지평선을 향한 자신의 직감을 더 신뢰한다. 내가 그런 인간적인 부류에 속함이 유감스럽다. 나는 유턴하지 않고 직진을 택했다.

     

    스쿠터 타고 돌아다니는 기분이 유쾌했다. 쭉 가면 한 바퀴 돌겠지 하고 갔는데, 한 사십 분 가고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보았다. 롱판 공원에서 되돌아갔어야 하는 길이었다.

     

     

    슬슬 날이 저물어 선글라스를 벗고 운전했다. 이때 석양이 지는 사진을 건졌다. 새하얀 솜사탕 구름은 연분홍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대만에서 저녁노을 황금 시간대에 찍은 몇 안 되는 사진이다.

     

     

    날이 까무룩 어두워졌다. 반소매이어서 몹시 더웠던 낮과 달리, 이제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컨딩의 해안 도로는 인가도 없고, 신호등도 없고, 가로등도 없다. 불 꺼지면 정말 깜깜하다. 불행히도 스쿠터 집 아주머니의 특강에는 랜턴 키는 강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가로등 하나 없는 길에 랜턴 하나 못 켜고 서행해서 운전했다. 별안간 자동차 하나가 정차해서, 아저씨가 내리더니 랜턴을 켜주고 갔다.

     

    어란비 공원 근처까지 다시 돌아와서야 인가들이 하나둘씩 보였다. 너무 추워서 편의점으로 갔다. 핫 드링크 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못 알아듣길래, 번역기 켜서 보여 주었다. 친절하게도 우유 팩에 들어 있는 음료 하나 꺼내 주더니 전자레인지에 데워 줬다. 대만 사람들이 즐겨 먹는 파파야 우유이다. 달콤한 게 상당한 별미이다.

     

    3시간쯤 운전하니까, 처음 운전했을 때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뭐랄까 그냥 노동이 되었다. 많이 좀 지겨워질 때쯤에 숙소에 도착했다. 사람 하나 들어갈 캡슐 호텔이었다. 뭐 마법 세계 이어지는 어린애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다락방이다. 공간이 좁아서 그런지 굉장히 깔끔히 청소되어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뽑기 운이 좋았다.

    10. 야시장 한복판 태국 음식점에서 새우 없는 팟타이를 먹다

    컨딩은 특출나게 맛 좋은 식당이 없다. 태국 음식점이 비교적 먹을만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팟타이 먹으려면 돈깨나 써야 하기도 하니, 태국 음식점으로 향했다.

    태국 음식점 바이샤탄은 컨딩 야시장 중앙에 있다.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서양인 여행객들이 맥주 한잔하러 들린다. 문 쉬림프 팬케이크를 제일 많이 먹는다고 하고, 고급음식점 같아 보이게 가격이 좀 비쌌다. 팟타이랑 새우 부침개 시켜서 먹었다.

     

    본토 태국에서 먹은 팟타이보다 맛있지는 않았다. 태국에서는 1,500원이면 통통한 새우와 라임, 땅콩이 가득 들어 있는 팟타이를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 태국보다 가격은 네 배가 비싼데 새우는 자취를 감췄다.

    컨딩의 야시장에는 지파이와 큐브 스테이크 등등을 많이들 팔고 있었다. 혼자 갔는데 메뉴를 두 개나 시켜 먹었으니 몹시도 과식했다. 또 챙겨 먹을 생각은 안 들었다.

    11. 첫 야간 촬영이 실패로 돌아가다

    활기찬 야시장 거리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 어롼비 공원으로 가는 도로는 인기척 하나 없다. 빛 공해가 없다. 인적 없는 고요한 밤하늘에 별과 달이 만드는 샛노란 빛만 밝게 안긴다. 캄캄한 시골 지역에 가서 별자리를 감상하면 매우 즐겁다. 지금까지는 별자리를 촬영해 보지는 못했다. 장시간 노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삼각대를 빌렸으므로, 야간 촬영을 도전해보고 싶었다. 밤 열한 시쯤 되어 밖으로 나갔다.

    야시장의 가게가 하나둘 문을 닫는 시점이었다. 야간 촬영을 하려고 주섬주섬 삼각대를 열었지만, 수동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피사체가 뿌옇게 찍혔다. 수동 초점을 정확히 조절하면 촬영이 가능할 텐데, 서툰 실력으로는 무리였다. 결국 겨울밤 촬영은 접고 다음을 기약했다. 조금 더 야간 촬영에 정통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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