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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가오슝 여행] 첫째 날, 홧김에 결제한 티켓이 단독 대만 여행으로 떠밀다
    여행/대만 가오슝 여행 2020. 1. 12. 00:53

     

    대만 가오슝 여행 1일 차 일지

     

    여행 첫째 날, 홧김에 결제한 티켓이 단독 대만 여행으로 떠밀다

    1. 4박 5일의 동남아 여행을 기획하다

    10월에 이르쿠츠크 본격 미리 겨울 탐험 여행을 갔었다. 러시아 좀 길게 갔었는데, 그 탓에 휴가가 좀처럼 모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가서 돈을 호화롭게 낭비하는 것을 좋아했다. 러시아에서 귀국 즉시 겨울 동남아 여행을 기획했다.

    평소에 더울 때 동남아 가고 추울 때 일본을 가곤 했다. 더울 때 더운 나라 가고 추울 때 추운 나라 가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겨울 여행은 동남아로 찍어보자 하고, 미리 스카이스캐너로 동남아의 주요 관광지에 알림을 걸어 두었다.

    하루 정도 구정을 전후해 하노이 항공권이 15만 원 내의 초저가로 뜬 적이 있었다. 딜이 몹시 매혹적이었으므로 여러 명에게 의사를 타진했으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이스타항공의 특가는 매진되어, 가격이 세 배로 뛰었다.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렸고, 홧김에 단신 대만행 항공권을 예매했다.

    1월 1일부터 5일간 여행으로, 여러모로 성수기의 시점이다. 항공권 또한 미리 끊어주지 않았으므로 성수기다운 비싼 값을 항공료로서 치렀다. 1월 6일이 되면 근속이 1년이 되어 휴가가 초기화되므로, 이틀 남은 휴가를 박박 모아서 대만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도의 짜디짠 공휴일 일수를 하루 할애하는, 황금 시간표였다. 이후 항공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여행을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2. 미니 캐리어에 디지털 장비를 가득 우겨넣다

    2개월 전 여행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캐리어 없이 짐을 꾸리는 것이 복잡한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미리 휴대용 캐리어를 구매했다. 노트북은커녕 아이패드도 포기했던 과거의 나와 과감히 작별을 고했다. 각종 트렌디한 전자 기기를 캐리어에 몽땅 욱여넣었다. 컴맹인 주제에 값비싼 장비를 주렁주렁 챙겼다. 포장해서 말하면 전뇌 세계를 사는 21세기의 사이버 노마드라고 볼 수 있다. 보통 그것을 사람들은 너드라고 줄여서 명명한다.

    회사 동료 분들께 빌린 짐벌, 삼각대가 추가되었으며 이것은 스마트폰과 데세랄과 결합해 촬영해 소모될 예정이다. 무거운 촬영 장비로 어깨가 아작 날 위험이 있으나, 서툰 촬영 실력을 졸부 머니 파워가 하이테크 하게 보정될 것을 기대했다.

    반면에, 여행 준비는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여행 준비와는 굉장히 먼 인간이다. 현지에서 적당히 유유자적하다가 무계획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자유여행의 참맛이라는 신념이 있다. 300달러의 외화를 대만에 가면, 대만 달러로 바꾼 뒤에 유심도 사고 교통 패스도 살 계획만 세웠다. 그것이 유일한 계획이었다.

    3. 성수기 저가항공의 박한 서비스를 맞으며 출발하다

     

    제주항공. 저가 항공이지만 신년 출발편의 가격은 일반 국적기의 바가지요금 못지않다. 두 시간의 짧은 항해에는 기내식은커녕 그 흔한 오렌지주스 한 잔도 제공되지 않았다. 일부 중국계 승객이 선주문한 초라한 기내식 속의 빵 냄새만 풍겼다. 기장이 맥북 프로의 전원을 반드시 꺼 달라고 주의하는 방송이 나와서 기억에 남았다. 논란의 원인이 된 기종은 아니나, 아무튼 내 캐리어에도 13인치의 맥북 프로가 잠들어 있었다.

    혼자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정의 여백을 채워줄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가 없으면 지루함으로 여정이 황폐해진다. 하지만 내가 친구가 없거나, 친구가 놀러 갈 돈이 없거나, 내가 친구의 여비까지 대신 내 줄 마음이 없었다. 3 무이다. 숙소는 2인실을 내야 하므로 가격이 더블이 되는 아쉬움이 있다. 불가피한 선택이다.

    4. 편의점 푸딩을 해치우며 여행을 산뜻하게 시작하다

    대만 달러는 한국에서 환율 우대를 해주지 않기에, 한국에서 달러를 사서 공항에서 대만 달러를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 공항 은행에서 가져온 300달러를 대만달러로 환전했다.

     

    와이파이 도시락 따위를 사지 않았기 때문에, 유심을 살 차례였다. 보이는 통신사 부스 아무 데나 가서 5일 치 유심을 구매했다. 통신사별 가격 차이는 없었고 5일에 300 대만달러(12000원)이었다. 유심 판매 부스는 영어가 통했다. 

     

     

    공항에 세븐 일레븐이 있는 것을 보고 퍽 놀랐다. 인도나 베트남, 태국에는 현지 슈퍼가 많았고, 편의점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동남아에서 편의점은 여름에 에어컨 쐴 수 있는 곳이 하나 있다는 것에서 몹시 귀중하다.

     

     

    푸딩과 디저트류 등 일본의 편의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갖추어 있었다. 오히려 한국 편의점보다 물건이 다양한 거기서 푸딩을 먹고 좀 쉬었다. 여행안내 센터에서 팸플릿을 받고, 호텔의 위치까지 안내받았다.

     

    가오슝 국제공항은 깨끗한 일본 느낌이 났다. 숙소를 가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했다.

     

     

    대만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지하철 역무원에게 교통 카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카드도 여러 가지 디자인을 고를 수 있었다. 그 중에 만화 일러스트스러운 교통 카드를 팔고 있었다. 무려 마법소녀 iPass이다. 

    마법 소녀 교통카드를 사고 안에 200 대만 달러(8000원) 을 충전했다. 한국보다 지하철값이 더 싸고, 환승할인도 되어서 넣은 돈을 다 쓰지도 못했다.

     

     

    하츠네 미쿠가 지하철에서 음식을 먹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왜색 일러스트가 곧곧에 전시되어 있었다. 편의점에 이어 지하철도 일본스러웠다.

     

     

    5. 호텔에 체크인하고 대만에서 우육면을 맛보다

    저번 여행 때보다 예산을 좀 올려서, 초저예산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라 저가 일반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 측에서 체크인 하루 전에 아고다를 통해 가는 방법을 상세히 써 주었다. 더욱이 가오슝의 지하철은 호선이 두 개밖에 없는 고로, 승하차가 직관적이었다.

    레전드 호텔 가오슝 피어 2

    • 1박 2인 베드 기준 3만 원, 조식 포함
    • 양첸푸 역 도보 5분, 주변에 아이허 강 있음
    • 방에 화장실, 샤워 부스 있음
    • 방에 창문 없음

    호텔 측에서 안내해준 설명대로, 공항에서 한 번 환승하고 호텔 근처 지하철역에 내렸다. 도착하니 6시쯤 되었고 하니 배도 몹시 고팠다. 명색이 단거리 노선이거늘 첫날을 이동으로 쓴 것이 마음에 아팠다. 거리마다 있는 공차와 비슷한 콘셉트의 홍차 카페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체크인을 하기 위해 영어로 했는데, 현지인 직원이 한국말을 해서 안내했다. 한국어로 듣는 것은 뭔가 잘 못하는 것 같길래, 나는 영어로 물어보고 직원은 한국어로 대답하는 우스꽝스러운 만담을 이어갔다. 친절하게도 주변 지역까지 주며 우육면 맛집 등을 설명해 주었다.

    좀 유명한 우육면 집은 좀 더 걸어가야 나오고, 지나가며 사람 많아 보였던 우육면 집에서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다고 했다. 거기에 나는 소룡포를 먹고 싶었기에 위치를 물었다. 직원들도 소룡포 집은 잘 몰랐고 찾아서 알려 주었다. 지하철 옆에 있는 영헤라는 가게를 대충 적어주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딤섬집을 찾아봤는데, 과연 연헤가 전체 맛집 중 6위로 매겨진 음식점이었다.

    장기간 이동으로 굉장히 피곤했다. 이때 7시쯤 되었다. 숙소에서 좀 미적대다가 나와서 소룡포를 먹으러 갔다. 옷가지를 반팔만 준비해 갔는데, 한여름 날씨는 아니었고 약간 쌀쌀한 초가을 느낌이 났다. 현지인들은 얇은 긴팔을 입고 있었는데, 반팔을 못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7시 20분 정도에 딤섬집으로 도착했다. 불행하게도 막 셔터를 내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저녁 장사를 접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오며 가며 슬쩍 본 카운터 직원이 로컬 음식점이라고 집어준 우육면 집, 노송 우육면(라오송 뉴러유미엔)에 들어갔다.

     

    노송 우육면

     

    - No. 146, Wufu 4th Road, Yancheng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3

    - 예산 1인당 120 대만 달러 ~ 200 대만 달러

    - 영어 메뉴 있음

     

    영어가 통할 건 기대조차 안 했는데 나이 지긋한 여주인이 영어로 상대해 주었다.

     

    한국어 메뉴판도 주었다. 메뉴가 여러 개 있었다. 돈 아껴 일반 우육면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에잇 그냥 먹자 하고 맨 처음에 있는 메뉴, 특선 우육면을 주문했다. 200 대만 달러(8000원)이다. 면의 굵기를 삼 단계로 선택할 수 있었다. 중면이 다 떨어졌다길래 넓은 면을 주문했다.

     

    건대 등지에서 먹을 수 있는 도삭면의 넓은 면에, 진하고 깊은 고깃국물이 담겨 나왔다. 고수를 빼 달라고 말하는 것을 깜빡해 어떻게 나올까 걱정했다. 다행히 고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간장으로 간을 맞춘 고깃국물에 푹 익힌 살코기, 족발 덩어리 같은 나왔다. 한 입 먹어보고 왜 대만 여행을 먹방에 의의를 두는지 납득이 되었다. 족발은 야들야들하고 촉촉했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았다. 살코기는 부들부들해서 입 속에서 결대로 슥슥 찢어지며 입에 들어갔다.

    6. 대만에서 첫 홍차를 주문하다

    홍차를 파는 카페들이 정말 많았다. 한국도 집 건너 카페 하나긴 하지만, 대만의 카페와 다른 점이 있었다. 한국의 경우 실내에서 홍차를 주문한다면, 대만은 실내에서 먹을 공간이 아예 없었다. 실내는 굉장히 좁았고 점원이 커피와 차만 조리할 수 있는 주방으로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차를 인도에 조성된 미니 테이블을 앉아서 먹었다.

     

    다 먹고 입에 낀 소고기도 빼지 않은 채로, 사람 많아 보이는 오픈 카페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가이드북으로 훑어본 바에 따르면 푸딩이나 타피오카를 가미한 홍차가 별미라고 했다. 유감스럽게도 전부 중국어로 되어 있어 알 수 없다. 대충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여기도 자연스럽게 한국어 메뉴를 보여 주었다. 조금 더 일찍 봤으면 푸딩 얹은 걸 찾았을 텐데, 메뉴가 워낙 많고 하니 눈에 안 띄어서 기본적인 홍차 라테를 주문했다. 큰 크기가 50 대만 달러(2000원)로 한국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이었다.

     

     

    주문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당도나 얼음은 어떻게 하느냐까지 질문을 받아서 조금 당황했다. 당도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얼음량이나 미지근한 정도까지 세밀하게 조절 주문할 수 있었다. 디저트 문화가 괄목하게 발달한 것은 하여튼 알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홍차 라테를 맛보았다. 일반적인 홍차 라테여서 그런지, 한국에서 맛보던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다음에는 한국어 메뉴판을 미리 요구하던지 해서 타피오카나 푸딩까지 야무지게 얹은 홍차 라테를 먹어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특설 바리에이션을 얹어서 먹는 것이 어른의 여유일 것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먹기만 하고 첫날 여행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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