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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이르쿠츠크 여행] 첫째 날. 생각보다 러시아 이르쿠츠크가 많이 춥네요. 우리 망했는데요?
    여행/러시아 여행 2019. 10. 20. 21:21

    첫째 날. 생각보다 러시아가 많이 추운데, 망했는데요?

    9월 30일, 여행 첫째 날 이야기

     

    1. 왜 가을에 러시아에 가게 되었는가

    어영부영하다가 여름휴가도 못 떠나니 8월이었다. 추석에 항공권을

    봐 두기만 하고, 추석에도 놀러 가지 못했다. 나는 몹시 분개한 상태였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다. 가을에 놀러 가고 싶었다.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학교 다니면서 인도도 한 달 놀러 갔다 왔었다. 그런데 산업기능요원을 하면서 연차가 잘 안 나왔다. 그런데 연락 끊긴 전역한 친구들은 교환학생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고 해서 페이스북에 막 올렸다. 배가 아팠다. 장기로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다. 겸사겸사 사진도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내 허영심도 채울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상당히 건설적으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그것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해외여행 어디로 가게?"

     

    "가을이니까 동남아는 너무 덥고, 러시아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러시아 갈 거면 이르쿠츠크로 가. 일주일 정도 통 크게."

     

    이르쿠츠크. 발음하기 어렵다. 여행 직전까지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다. 이르쿠츠크 바이칼 호 근처에 있는 소도시이다. 시베리아의 진주라는 낭만적 별명이 있다.

     

    다른 후보지를 조사했다. 모스크바는 항공권이 너무 비쌌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단거리라서 휴가 길개 내기엔 아까웠다. 그래서 이르쿠츠크가 적당해 보였다.

    2. 왜 랜선 인맥과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는가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서 5월부터 친구들에게 의사를 타진했었다. 오른손으로도 다 세지는 숫자이다. 친구들은 대학생이다. 토익과 알바, 나 외의 친한 친구들끼리 간다는 여행은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았다. 본인보다는 내 휴가 계획의 발목을 더 잡았다.

     

    대학교 중간고사와 가을 휴가는 겹친다. 따라서 친구들에게 의사를 타진하지도 않았다. 블로그 이웃들 여러 명에게 러시아 여행을 가자고 꼬시게 되었다. 적당히 던진 그물망에 피아 씨가 걸려들었다.

     

    피아 씨와 단톡방으로는 2년 정도 대화한 사이다. 얼굴 만나 대화한 건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다. 놀러 가자는 일념 하나로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서로 별로 친하지도 않으니 기대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철저히 계산기를 두드린 임시 동맹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르쿠츠크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여행 전 계획을 짜는 킥오프는 단 한 번이었다. 그렇게 자유여행은 시작되었다.

     

    회사 업무 특성상 바쁠땐 엄청 바쁘고, 한가할 땐 엄청나게 한가했다. 여행 직전 주는 가장 바쁜 주였다. 급한 일이 밀어닥쳐 눈코 뜰 일 없이 바빴다. 여행에 대한 일체 조사를 하지 않았고, 환전도 피아 씨에게 맡겼다.

     

    뜬금없지만 나는 s7 에어라인을 이용했다. s7 에어라인은 짐 부치려면 6만원을 더 내야 한다. 나는 평소에 여행에 캐리어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뒤늦게 조사한 이르쿠츠크의 날씨는, 10월 기준으로 영상과 영하를 오간다. 겨울 날씨다. 파카 두어 개만 넣었더니 가방이 빵빵해졌다. 아이패드와 노트북은 넣을 자리조차 없었다. 평소에 노트북 없으면 근처 카페에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3. [리빙 포인트] 날탕 여행이라도 선글라스는 꼭 필요하다.

     

    출발 두시간 전 여행 메이트를 만났다. 피아 씨는 아예 군용 가방을 메고 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아닌 것 같았다. 피아 씨는 변명을 했다. 자기 친구들에게 군용 가방을 자유여행에 매고 다니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보았단다. 다들 이렇게 대답했단다.

     

    "아무도 신경 안 쓰겠지. ... 근데 나라면 절대 안 매고 갈 듯."

    그 가방

     

     

    나는 여행 계획을 미리 짜두지 않는 스타일이다. 서로 여행 일정을 맞춰보지도 않았다. 공항 내 퀴즈노스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서로 조사해온 내용을 주고받았다. 대략적인 여행 윤곽이 출국 두 시간 전에 잡혔다. 날탕 여행이다.

     

     

    항공기에 탑승했다. 한 한국인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낀 게 보였다. 그제서야 내가 선글라스를 두고 왔다는 것을 알았다. 여행은 즉흥적으로 준비한 부작용이다. 피아 씨도 선글라스를 잊었다고 했다. 하루 전 네이버에서 검색한 해외여행 리스트에는 선글라스가 없었다. 이외에도 여행을 가면서 많은 것을 놓고 왔다는 걸 알았다. 수건, 카메라 렌즈 닦이, 접이식 우산이 필요했었지만 우리는 없었다.

     

    앞서 말했다. s7 에어라인은 짐 부치려면 6만원을 더 내야 한다. 다른 승객들도 휴대 수화물을 바리바리 들고 탑승했다. 늦게 앉은 결과 선반에 내 짐을 놓을 자리가 없었다. 승무원에게 부탁하여 다른 좌석의 선반에 짐을 실었다. 승무원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다들 키가 커서 마시는 공기가 달라 보였다. 머리는 신병처럼 박박 깎았다.

     

    6시경이 되니 기내식이 나왔다. 대구를 안남미에 올려 놓은 식사다. 대구로 간이 안되어 있어 심심했다. 안남미는 차갑고 메말랐다. 빵과 치즈, 햄이 같이 나왔다. 버터나 잼이 없었다. 물이 같이 제공되지 않았다. 뻑뻑한 식사였다만 먹을 만했다.

     

    현지 시각으로 8시경, 한국 시각으로 9시경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많이 추운데요?"

     

     

    "그러게요. 망했네."

     

    우리가 내뱉은 러시아에서의 영광스러운 첫 소감이었다.

    허름한 이르쿠츠크 국제 터미널

    4. 말도 인터넷도 안 통하는 공항

    이르쿠츠크 공항은 허름했다. 인도나 중국의 변방 공항의 느낌과 비슷했다. 동네 헬스장보다도 작아 보이는 국제공항에 뚝 떨어졌다. 늦은 시간이라 한산했다. 공항에 상주하는 택시 기사 한명이 들어왔다. '택시, 환전'이 한글로 표시된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며 영업했다.

     

    이르쿠츠크 공항 국제 터미널에서는 건질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식당이나 통신사는 국내 터미널에 있다. 구식 건물인 국제 터미널에서 나왔다. 국제 터미널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통유리로 되어 있는 국내 터미널이 있다. 제일 가까운 문은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다. 국내 터미널 중앙문으로 들어갔다. 공항 입구에는 보안검색대가 있었다.

     

    공항 직원들은 영어가 통하지 않았고 무뚝뚝했다. 공항 와이파이가 있길래 잡아보려고 했지만, 비밀번호가 있었다. 공항 직원 아무나 붙잡고 물어봤지만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으나 현지 전화번호로 문자인증을 해야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었다. 비밀번호가 아니라 전화번호 입력란이었다.

    5. 점원이 바가지 씌우는 것 같은데, 당할 수밖에 없네

     

    유심을 판매하는 통신사 부스로 갔다. 점원은 장사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예 무관심했다. 공항이지만 영어는 통하지 않았다. 피아 씨가 구글 번역을 켜 보았다. 구글 번역이 오프라인으로 구동되려면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미리 다운로드하여야 한다. 번역기를 쓸 수 없었다.

     

    서로 통하는 언어가 없지만, 아라비아 숫자는 통한다. 나와 점원은 아라비아 숫자로 협상했다. 내가 노트에 썼다.

     

    "7 days, 1 person"

     

    점원이 계산기로 쳤다.

     

    "550."

     

    러시아에서 4G 유심은 한달에 500 루블, 7일 치는 200 루블에 판매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작전 회의를 했다.

     

    "바가지 씌우는 것 같은데요. 어떡하죠?"

     

    "일단 협상을 해 보죠."

     

    유심 팜플렛이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 전혀 읽을 수 없었지만, 그곳에도 550이라는 가격은 없었다. 나는 노트로 항의했다.

     

    "When I saw internet, it was 200!"

     

    못 알아들었다. 그래 그럼 550 루블(1만 원) 짜린 그래서 며칠인데?

     

    "550 → ? day?"

     

    "원 먼스."

     

    "7 day, No?"

     

    "놉."

    사투의 흔적

     

     

    하지만 당장 호스텔로 가려면 택시를 타야 했다. 공항에는 콜택시 창구가 없었기에 유심이 필요했다. 한 명분만 계약했다.

    러시아 현지 MTC 유심 정보

    • 러시아에서 원활하게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 이르쿠츠크의 경우, 카페 와이파이에 현지 전화번호 인증을 거쳐야 했다. 유심이 없었으면 대부분의 와이파이를 못 썼을 것 같다.
    • 한국에서 미리 사갈 수도 있으나, 현지에서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다.
    • 7일 기준 200루블, 한 달 (무제한 요금) 기준 500 루블이다.
    • 이르쿠츠크 국내 터미널에서 판매하며, 이르쿠츠크 시내 곳곳의 MTC 가게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 속도가 느리지만 카카오톡이나 간단한 검색에는 지장이 없다.

    6. 서브웨이에서 손가락으로 샌드위치를 짚으며

     

    유심을 샀으니 식사를 할 차례였다. 끝자락에는 현지식 음식점이 있었다.

     

    슬쩍 내부를 봤는데 아무도 없었으므로, 서브웨이를 갔다. 메뉴판을 주었으나 러시아어와 중국어밖에 쓰여있지 않았다.

    점원의 도움을 받아서 무난한 것을 골라 먹었다. 두 명이서 697 루블(14000원)을 지불했다.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했다.

    7. 얀덱스 어플로 택시를 타고

     

    러시아에서 택시를 탈 때에는 얀덱스 택시 어플을 사용한다. 현지에 도착하면 지불 방법으로 신용 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 가지고 있는 비자나 마스터카드를 등록해 보려고 했다. 연동 부분에서 한국 핸드폰의 문자 인증이 필요하거나, 중간에 오류 화면이 떴다. 그냥 후불 현금으로 선택해 호스텔까지 경로가 나왔다. 대기가 잡혀 차량번호와 차량 위치가 표시되었다. 배차되기 전에 요금이 미리 정해진다. 미터기로 계산되지 않는다.

    택시를 기다리는 가을의 이르쿠츠크 밤은 생각보다 많이 추웠다. 겨울 파카를 가을에 입어도 부족함이 없다. 모든 자동차가 세차를 하지 않아서 먼지가 꼈다.

     

    얀덱스 어플 후기 및 정보

    • 러시아에서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 목적지를 지정하면 지불할 가격과 택시 위치가 잡혔다.
    • 이르쿠츠크 시에서는 배차가 원활하게 잘 되었다.
    • 리스트비얀카에서는 배차가 전혀 되지 않았다.
    • 택시 기사와 실랑이 하거나 택시 잡을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러시아는 영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택시를 직접 잡아 탔으면 목적지나 요금 때문에 고생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미리 설치해 놓고 가면 좋다!
    • 앱스토어 https://apps.apple.com/kr/app/yandex-taxi/id472650686
    • 플레이스토어 https://apps.apple.com/kr/app/yandex-taxi/id472650686

    8. 몬타나 호스텔에서 체크인하며

     

    20분 정도 기다려서 호스텔 몬타나에 도착했다. 여권을 보이고 숙박비를 지불해 체크인을 했다. 호스텔 몬타나는 이르쿠츠크에서 가장 가격이 쌌다. 리셉션에서 물과 탄산음료를 판매했다.

     

    복도 너머에 공용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었다. 아침을 따로 제공해주지 않았다. 대신 간단한 조리기구, 냉장고, 티포트가 있었다. 유심은 리셉션에서 7일치를 400 루블(8000원)에 판매했다. 와이파이는 현지 전화번호를 인증하면 사용할 수 있었다. 와이파이의 상태는 극도로 불안정했다.

     

    몬타나 호스텔 후기 및 정보

    9. 차가운 잿빛 도시, 이르쿠츠크

    치안이 좋지 않다. 밤 8시 이후에는 밖에 나오면 화를 본다. 내가 러시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다.

    (사실 인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도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인도 여행을 다닌 결과, 인도의 치안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그 대신 인도인들은 불쾌할 만큼 영악했다.) 물이 필요했다. 두 블록 이후에 마트가 있었지만 밤에 나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리셉션에서 물을 구매했다. 호텔 몬타나의 트윈 룸은 좁았다. 날씨가 섭씨 0도씨였다. 실내에 한기가 돌았다. 난방을 전혀 해주지 않았다. 몹시 추웠다.

    추운 날씨, 낡은 건물, 먼지 낀 자동차, 영어가 없는 공항, 무뚝뚝한 사람들. 차가운 잿빛 도시, 이르쿠츠크. 내 첫인상이었다.

     

     

    9월 10일 회계

    유심 550 루블

    서브웨이 697 루블

    택시 150 루블

    몬타나 호스텔 트윈 룸, 2박 2700 루블

    물 100 루블

    총합 4197 루블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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