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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이르쿠츠크 여행] 둘째 날. 동상들을 위한 도시 이르쿠츠크
    여행/러시아 여행 2019. 10. 20. 21:37

    둘째 날. 동상들을 위한 도시 이르쿠츠크 

    10월 1일, 여행 둘째 날 이야기 - 1

    1. 브런치 카페 찾으러 갔다가 슈퍼로 새다

    난방이 되지 않은 호스텔은 굉장히 추웠다. 호스텔에서 조식을 주지 않았으므로, 밖에 나가서 브런치를 사 먹기로 했다. 구글에 검색했다. 근처 브런치 카페는 모두 10시에 열린다고 되어 있었다. 한두여 시간 남았다. 무작정 나가서 제일 가까운 데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던 중 중간에 슈퍼가 보였다. 슈퍼에 들어갔다. 치즈, 우유, 소세지 빵을 팔고 있었다.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건 다 알겠는데, 너무 각양각색의 소시지를 팔고 있었다.

     

    피아 씨가 구글 번역기에서 카메라 스캔을 켜고,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니 러시아어가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대충 골랐던 소세지의 원료는 칠면조였다. 파격적인 도전은 사양했다.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가 좋다. 얼른 내려놓았다.

     

     

     

     

    슈퍼에서 치즈, 요거트, 빵, 소시지와 네스퀵, 물 등등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서 아침을 먹었다. 소시지가 간이 좀 짭조름했다. 특히 맛있는 것은 치즈였다. 전자레인지에 대우니 피자치즈처럼 쫀득했다. 치즈의 가격도 저렴했으므로 한국에 가져갈까 좀 고민했다. 해외에서 사 온 설탕이며 녹차며 파스타 등등이 냉동실에서 무기형을 받고 있음을 상기했다. 한국에 가져가면 치즈도 똑같은 운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2. 관광하러 130 지구 갔다가 강추위에 호되게 당하다

     

    아침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러 130 지구로 갔다. 130 지구 중앙에 현대 쇼핑몰이 있다. 주변 상점은 역사 깊은 목조 건물들이 주요 볼거리이다.

    날씨가 정말 추웠다. 한국에서 파카를 혹시 몰라서 챙겨온 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손이 정말 추웠다. 쇼핑몰 건물이 보이자 황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목도리와 장갑이 필요했다.

     

     

    130 지구 쇼핑몰 안에서 스마트폰 터치가 되는 장갑 한 짝을 구매했다. 그다음에는 쇼핑몰을 나와 주변 거리를 한 바퀴 돌았다.

     

    현대식 유럽풍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쭉 둘러보면서 사진 잘 나올만한 곳은 모조리 사진을 찍었다.

     

     

    찬바람이 몹시 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다.

     

    가장 가까운 커피숍에 과감히 들어갔다. 카푸치노를 홀짝이면서 이후 관광 계획을 정비했다.

     

    3. 동상을 들려 동상을 가다

     

    130 지구의 명물은 전면에 있는 바브르 동상이다. 바브르는 신화 속 동물이다. 바브르는 고양이와 토끼의 잡종같이 생겼다. 비버와 호랑이의 혼혈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담비 모피를 물고 있는데, 중세에 흑담비 무역으로 이르쿠츠크가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소련 때 금지되었지만 소련이 붕괴하며 이르쿠츠크의 상징이 되었다. 이르쿠츠크를 돌아다니면 바브르 문양을 군데군데서 볼 수 있다. 그래도 130 지구의 바브르 동상이 가장 크다.

     

    바브르 동상에서 길을 건너면 성 십자가 성당이 있다. 1719년에 세워졌고, 시베리아 바로크를 상징한다고 한다. 외벽의 아름다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알렉산드르 3세 동상이었다. 900m 거리였다. 레닌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가는 길에 조그만 스타디움이 있었다. 트루드 스타디움이다. 개방되어 있길래 들어가 봤었다. 중고등학생들이 육상 수업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알렉산드르 3세는 19세기 러시아 황제이다. 19세기 말에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는데, 그때 왕인 니콜라이 2세는 목이 잘렸다. 니콜라이 2세의 아버지가 알렉산드르 3세이다.

     

    알렉산드르 3세는 시베리아 철도를 짓기 시작했다. 그 덕을 보아서 이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타국 태종태세문단세 달달 외우는 건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기념샷 찍기가 중요했다. 동상은 그 자리에 있던 오벨리스크를 반 자르고 위에 올라갔다. 사이즈가 너무 크므로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4. 마르크스 거리의 레닌 동상을 지나치다

     

    슬슬 배가 고파져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적당한 곳 물색해서 찾아갔다. 이르쿠츠크 시내 중심 칼 마르크스 거리에 식당이 있었다. 그래서 칼 마르크스 거리를 걸었다. 중간에 정말 동상들이 많았다. 밥집을 가는 도중에 레닌 동상이 보였다. 레닌은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의 지도자이다. 소비에트 연방 곳곳에 레닌 동상이 세워졌다. 한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레닌 동상을 부순다 만다 말이 많았다고 한다. 거리 이름은 칼 마르크스, 동상은 레닌이다.

    5. 그릴 그루트 음식은 콜라를 부른다

     

     

    점심 식당 이름은 그릴 그루트였다. 구글 리뷰 평점이 3점을 넘는다. 중국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영어보다는 중국어 팸플릿이 많은 나라였지만, 영어 메뉴가 있었다.

     

     

    연어 파스타와 미트볼을 주문했다. 먼저 나온 미트볼은 으깬 감자와 같이 나왔다. 미트볼에 육즙이 없고 간이 쨨다.

     

    연어 파스타는 맛있었다.

    남자 둘이 먹기는 부족할 듯하여 샐러드와 연어구이를 더 주문했다. 샐러드와 연어구이도 맛이 괜찮았다. 다만 전부 마요네즈로 소스를 썼다. 콜라를 부르는 맛이었다.

     

     

    이후 스파스카야 구세주 교회와 보고야브렌스키 성당을 관광하기로 했다. 도보로 가는 길에 이르쿠츠크 서커스 극장을 지나쳤다.

    6. 꺼지지 않는 불꽃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다

    봉화를 중심으로 헌화되어 있는 건축물도 중간에 지나쳤다. 이건 무엇인고 해서 별다른 호기심을 가지지 않고 지나쳤다. 나중에 가이드북 파일을 뒤져보다 알게 되었다. 이름이 꺼지지 않는 불꽃이었다. 2차 세계 대전 참전자를 기리기 위해서 지어졌다. 나는 별거 없어 보여서 사진조차 찍지 않았다. 피아 씨 사진을 도둑질했다.

    7. 발음도 어려운 스파스카야 교회, 보고야브렌스키 성당

     

    스파스카야 구세주 교회에 도착했다. 흰색 성당이다.

    첨탑 끝에 종이 있어 보여, 올라가고 싶었지만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둘러보고 있었다. 내부는 박물관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들린 주현절 성당. 보고야브렌스키 성당이다.

     

    정교회 성당이라고 한다. 스파스카야 교회 옆에 있다. 황금빛 돔 지붕이 워낙에 눈에 띄어서 찾기는 매우 쉽다. 내부 풍경은 아름다웠으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성당 외부만 조금 찍을 수 있었다.

    8. 모스크바의 문에서 있는 폼 다 잡았으나

     

    이제 모스크바의 문을 보기 위해, 앙가라 강변을 걸었다. 러시아는 나폴레옹과의 전투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개선문 세 개를 러시아에 세웠다. 이르쿠츠크의 모스크바 문은 세 개 중 하나다. 소련 때 철거되었으나 소련 붕괴 후 재건돼

    었다.

     

    재건된 지 십여 년 정도 되었으므로, 옛날의 정취가 나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에 어떻게 올려야 있어 보이는지 궁리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계단에 내려가고, 포즈도 생각나는 것을 다 취해 보았다. 나중에 살펴보니 전부 구도가 삐뚤어져서 수습하기 어려웠다. 뽐낼 수 있는 핫스폿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모델의 비주얼이며 기럭지가 변변찮았다. 그렇기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9. 카잔 성당의 아름다움은 공대생들에게는 보이지 않아

     

    모스크바의 문을 관광하고 나니 4시쯤 되었다. 이르쿠츠크에서 카잔스키 성당이 가장 화려하다고들 했다. 택시로 십여 분 가니 카잔 성당에 갈 수 있었다.

     

    카잔 성당은 붉은 외벽에 하늘색과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성당 정면엔 청동 천사상이 있었다. 과연 그 명성답게 화려한 금빛으로 내부가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밝게 빛나는 샹들리에에 촛불이 하늘하늘했다. 천장에는 벽화로 세밀화되어 있었다.

    화려한 성모상에 시민들이 기도를 했다.

     

     

    총 네 교회를 견학했다. 교회의 미술적 수준은 모두 훌륭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정교회 신자가 아니었으며 그리스도교 지식은 한 톨도 없었다. 따라서 벽화나 스테인드글라스가 나타내는 인물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또한 예술적 소양은 물론 아름다움을 느낄 감정이 메말랐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갔으면 어디가 아름다운 포인트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교회가 다 거기서 거기일 뿐, 정확히 어떤 점이 차이가 나는지 제대로 짚기 어려웠다. 유유상종이 이렇게 무섭다.

     

    10. 트램 그까짓 거 대충 타면 되지

    대충 시내를 다 둘러보았으니, 중앙 시장에 가서 적당한 카페를 물색해보기로 했다. 중앙 시장으로 가기에는 거리가 애매했다. 트램을 이용해보자 해서 트램 정류장에 갔다. 트램은 러시아 도로 사이를 다니는 경전철이다. 깊게 파이지 않은 선로 사이만을 다니는데, 같은 길을 자동차도 같이 쓴다.

     

    별도의 정류장이 있지는 않은데, T 자 팻말이 위에 걸려 있었다. 트램을 타고 일인당 15 루블(300원)을 검표원에게 지불했다.

     

    11. 카페 찾아 구만 리는 만두 악몽의 시작

    그때부터 슬슬 화장실을 가고 싶어 졌다. 적당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구글 지도를 켜서 근처 카페를 찾았다. 중앙 시장 주변에는 카페가 도대체 없어 보였다. 두 군데 찾아갔지만 다 없었다. 카페라고 적혀 있어서 들어갔는데, 우리가 아는 그 카페가 아니었다. 대문에 만두 판다고 큼지막하게 적혀있는 것 자체가 수상했다. 사람들은 만두를 먹고 있었다. 밥집 같아서 나오기를 두 번 반복했다. 카페 비슷한 거를 드디어 찾아서 들어갔다.

     

     

    그곳에서도 만두를 팔고 있었다. 이쯤 되면 만두가 궁금해졌다. 커피와 만두를 시켰다. 여태까지 먹었던 만두 중 가장 괴상한 만두였다. 밀가루가 너무 두꺼워서 식감이 텁텁했다. 물론 김치만두를 예상하지는 않았다만, 속으로 넣은 고기가 몹시 짜고 육즙이 메말랐다.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소룡포, 한국 냉동 만두, 일본에서 먹는 교자. 내 상식 속 모든 만두는 맛없을 수 없었다. 그 상식의 반례가 되는 만두였다. 악당 만두였다.

     

    하도 황당해서 그 카페의 구글 리뷰를 들여다보았다. 모두 만두가 그렇게 맛집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이 괴상한 만두는 이후 악몽이 나올 정도로 모든 카페, 음식점에서 등장했다. 특유의 냄새가 풍겨서 익숙하지 않았다. 피아 씨와 나는 서로의 먹는 분량을 할당해서 억지로 먹었다.

    12. 중앙 시장은 달콤한 포도만 기억나

     

    카페에서 커피도 홀짝였겠다 중앙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중앙 시장은 어디서나 있는 현지 시장이란 느낌이 강했다. 카페에서 대충 찾아본 검색창에서는 현지 음료 크바스를 꼭 먹어 보라고들 했었다. 아쉽게도 크바스를 파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특이하게도 대부분의 좌판이 과일 가게였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사가는 건 알이 작은 파란색 포도였다. 정가가 쓰여 있었고 저울에 달아서 팔았다. 바가지를 당하거나 흥정으로 승강이하지 않아도 되었다. 맛이 궁금해서 조금 사려 했는데, 아주머니가 손이 크게 넣었다. 가격이 118 루블(2000원)밖에 안돼서 우습게 보았다. 하지만 다섯 송이가 넘어서 무려 세 끼에 걸쳐 먹게 되었다. 씨가 없고 과육이 달콤했다. 즙이 톡톡 터져서 저절로 손이 가는 매력이 있었다.

     

    13. 으이그 만두에 속고 또 속냐

     

    길이 슬슬 어두워지고 발도 아팠다. 만보기 앱에서 만 걸음을 이미 넘겼다. 구글에서 맛집을 찾아가기도 뭐했다.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적당히 도전을 하기로 했다. 중간에 만두 맨이 마스코트로 되어 있는 식당이 보였다.

     

    깔끔해 보여서 들어갔다. 스테이크, 오징어링, 치즈가 들어간 튀긴 빵, 볶음밥을 주문했다.

     

    튀김과 고기, 볶음밥은 실패할 수 없는 메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별로였다. 간이 너무 짰다. 실패했을 수 없는 메뉴를 실패했다. 만두 마스코트를 우습게 본 값을 톡톡히 치렀다. 나오고 나서 보니, 바로 옆에 KFC가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모험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했다.

    10월 1일 회계

    아침용 식료품 791 루블

    택시: 몬타나 호스텔에서 130 지구까지 112 루블

    점심 2인 기준 1550 루블

    슈퍼 471 루블

    택시 모스크바의 문에서 카잔 성당까지 138 루블

    트램 카잔 성당에서 중앙 시장까지 30 루블

    만두와 커피 355 루블

    포도 118 루블

    저녁식사 150 루블

    생수 40 루블

    총합 4423 루블 (약 9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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