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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이르쿠츠크 여행] 넷째 날. 바이칼 호의 알혼 섬 여정은 요단 강 건너는 멀미 길
    여행/러시아 여행 2019. 10. 21. 00:52

    넷째 날. 바이칼 호의 알혼 섬 여정은 요단 강 건너는 멀미 길

    10월 3일, 여행 넷째 날 이야기

    1. 바이칼 호의 유일한 유인도, 알혼 섬

    앞서 바이칼 호를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리스트비얀카에서 관광하는 것이고, 하나는 알혼 섬에서 관광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바이칼 호에는 사십여 개의 섬이 있다. 알혼 섬은 그 사십여 호수 중 하나다. 알혼 섬에서만 사람이 거주한다. 이르쿠츠크에서 거리가 꽤 멀기에,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 걸린다. 그렇기에 이르쿠츠크에 장기 여행하는 사람들이 알혼 섬을 방문한다.

    2. 리스트비얀카에서 다시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에서 알혼 섬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을 먹었다. 인당 200 루블이었다. 숙박객이 우리밖에 없어서, 단 2인분만 준비해놓은 듯 보였다. 넓은 홀에서 밥을 먹었다. 홀에 난방이 되어 있지 않아 추웠다. 고춧가루로 간을 한 당근 절임이 눈에 띄었다. 러시아 식당에서 '코리안 샐러드'라는 이름의 메뉴를 많이 보았다. 그 코리안 샐러드인 것 같았다. 김치와 비슷한 식감이 났다.

     

     

     

    11시 40분에 미니 밴을 탔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이르쿠츠크 시내였다. 다른 여행객들의 후기를 검색했을 때 이르쿠츠크에서 알혼 섬을 오가는 경우만 많았다. 리스트비얀카에서 알혼 섬을 가는 방법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투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예약하면서, 바이칼 호수가를 따라서 가장 빠른 길로 가겠지 짐작했었다. 결론적으로 옳지 못한 해석이었다.

    기사는 승객들을 이르쿠츠크 중앙 시장에 내려 주었다. 그리고 우리를 따로 부르더니, 이르쿠츠크행 알혼 섬 버스 센터에 데려가고 본인은 가버렸다. 직통이 아니라, 이르쿠츠크에서 환승하는 루트였다. 이르쿠츠크에서 알혼 섬 행 버스 편도행이 1000 루블이다. 리스트비얀카에서 이르쿠츠크행 버스 편도행이 150 루블이다. 인당 350 루블(7000원)을 예약 서비스로 지불한 꼴이 되었다.

    다행히 버스 센터 점원이 영어가 통하기에 출발 시간을 물어보았다. 30분 뒤에 출발한다 했다. 아침밖에 먹지 않아서 굉장히 배고팠지만, 시간이 애매해 얌전히 밴을 탔다. 알혼 섬행 밴에는 짐을 들 수 있는 트렁크가 없었다. 그래서 좌석 밑에 부피 큰 짐을 두었다. 그랬더니 닭장처럼 좁고 답답했다.

    창문 밖에 절경의 몽골 풍 초원이 펼쳐졌다. 전방 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거침없이 역주행했다. 인도에서 흔히 겪었던 풍경이기에 낯설지는 않았다. 메마른 풀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평원은 수평선 끝까지 이어졌다. 평원에는 얼룩소들과 소를 지키는 양치기 개 한 마리가 있었다. 평원은 침엽수들이 높이 솟아오른 숲으로 변했다.

     

     

    3. 기사여 나를 버리지 마오

    3시쯤 되니 휴게소에 도착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으므로 기념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으므로 배가 고팠다. 휴게소에 들어가서 빵을 주문했다. 케밥, 튀긴 빵, 고기빵 등을 가리키며 적당히 주문했다. 따뜻하게 데워져 나왔다. 운전기사가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언제 출발하는지 눈치껏 판단해야 했다. 빵을 먹으면서도 타고 온 자동차가 아직 주차되어 있나 계속 살폈다. 내가 빵을 먹는 건지 빵이 나를 먹는 건지.

     

    4. 알혼 섬을 향해, 돈 주고 고생하는 지옥행 온 로드

    미니 밴에서 네 시간 정도 있었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차멀미가 심했다. 정신을 잃어버릴 지경이었다. 인도를 관광할 때 레로 이동했던 지옥행 순례가 떠올랐다. 마날리에서 고산 지대인 레로 갈 때까지는 20시간이 걸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10시간 올라갔더니 정신을 잃었었다. 고행으로 장기 버스 여행은 할 게 못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레에서의 여행이 좋아서 선지불 했던 여행의 비용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비포장도로의 엄청난 덜컹거림으로 고생한 기억이 떠올랐다. 네 시간 동안 반고리관을 실컷 마사지받았다. 허리는 어찌나 아프던지 모르겠다.

     

     

    알혼 섬에 도착하니, 기사가 승객들에게 뭐라 말했다. 영문을 몰라 멍하니 있었다. 눈치 없이 멀뚱멀뚱 있는 동양인 승객 둘이 안되어 보였는지 친절한 다른 승객이 영어로 알려 주었다.

    "숙박하는 호텔을 기사한테 말하세요."

    "땡큐"하고 사의를 표했다. 그리고 기사에게 숙박하는 호스텔, "니기타 하우스"를 연신 연발했다.

    선착장에서 숙소까지는 35분이 더 소요되었다. 알혼섬은 도로가 포장되어 있지 않다. 자갈밭을 운전하는 게, 튀겨지는 팝콘 위로 달려가는 것 같았다. 자유여행의 핵심은 비싼 돈과 시간을 주어서 고생을 하는 것이다. 방콕이 훨씬 즐겁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직통으로 어디 내려주는 것이 아니었고, 승객들 호스텔마다 이곳저곳 전부 내려주다 보니까 더 시간이 걸렸다.

    5. 니기타 하우스에서 체크인하며

    알혼 섬의 숙소, 니기타 하우스에 도착했다. 7시쯤이었다. 하루를 완전히 반납했다. 이쯤이면 원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니기타 하우스. 알혼 섬에서는 대부분 이곳에 묵는다고들 한다.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여도, 이곳의 여행 프로그램을 많이들 선호한다고 한다. 나는 한달 전에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미리 해 두었다. 그랬더니 메일로 숙박비의 30%를 선결제하라고 왔다. 결제했더니 수속이 끝났다.

    니기타 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라기 보다는 집성촌 같아 보였다. 울타리 안에 리셉션, 숙박용 집들이 여러 채 있었다.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했다. 직원이 다음 날 북부 투어와 남부 투어 중 어느 것을 할 지 물어보았다. 비교할 팜플랫 있냐 물었으나 없다고 했다. 국립 공원을 관광하는 북부 투어 쪽으로 예약했다. 아무런 사전 조사 없이 북부 투어를 예약했다. 그 대가는 다음 날 6톡톡히 치르게 된다. 아무튼 그건 나중의 이야기이다.

    니기타 하우스는 조석식 포함해서 트윈 룸이 1박에 3600루블(8만원) 이다. 러시아 자유여행을 하며 묵었던 가장 비싼 숙소라고 볼 수 있다. 니기타 하우스는 공용 화장실, 공용 샤워실을 갖추었다. 그러나 두 룸 당 하나씩 쓰는 수준이라 청결 상태가 양호했다. 방이 비교적 넓었다. 세면대도 하나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다이닝 룸과 방이 가까웠다. 이게 문제가 되어서 방에 러시아 음식 특유의 냄새가 배었다.

     

    6. 무계획 여행의 예산을 따지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다

    이번 여행에 피아 씨와 나는 숙박, 항공 포함해서 인당 80만 원을 지불했다. 귀국하고 나서 코워커 분께 예산을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자기가 3박 4일 마카오 간 경비와 똑같다고 경악을 했으며 뭐 아는 연줄 있냐고 되물었던 금액이다. 나도 피아 씨도 그렇게 돈에 인색한 게 아닌데, 어쩌다 보니까 고행 여행이 되었다. 원래 콘셉트는 직장인이 돈으로 시간을 사는 본격 졸부 힐링 인싸 호화 여행이었다. 아무리 계획과 실제가 들어맞는 경우는 잘 없다지만, 좀 많이 틀어진 것은 사실이다.

    아무튼 묘하게 지갑이 얇아져서 저녁밥을 먹기 전에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다. 추후 쓸 교통비나 투어비를 제하고 나니까, 여윳돈이 인당 4만 원 정도 남아 있었다. 부족한 편은 아니었다만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식권을 다이닝 룸에 가져갔다. 인사성 좋은 러시아 아가씨가 맞이해 주었다. 수프, 함바그, 마요네즈 샐러드, 밥, 러시아식 야채볶음이 준비되어 있었다. 먹을 만큼 영어로 말하면 직원이 퍼 주는 식이었다. 현지식이었지만 맛은 무난했다. 식사를 하는 김에 ATM기가 없냐고 영어로 물었다.

    "ATM기 혹시 마을에 있나요?"

    "ATM기요?"

    "그, 약간 작은 은행이랄까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아, ATM기는 이 섬 전체에 존재하지 않아요. 이르쿠츠크까지 가셔야 해요."

    다행스럽게도 러시아는 카드 결제가 대중화되었다. 슈퍼에서 비자나 마스터를 들이밀어도 결제가 되었다. 오히려 사양하는 것은 카드보다 고액권이었다. 거스름돈이 항상 없기 때문이다. 이후로 알혼 섬에서 돈을 지불할 때는 무조건 비자로 결제했다.

    7. 신데렐라는 12시에 집에 가고 러시아 슈퍼는 9시면 문을 닫는다

    러시아는 음식에 마요네즈가 반드시 한 군데 이상 쓰였다. 또한 도로 상황이 안 좋아서 속이 메슥거렸다. 따라서 탄산음료와 혈맹을 맺는 것이 신상에 좋았다. 현지인이 생수보다 탄산수를 더 선호하는 것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런고로 탄산음료와 생수를 사러 밖에 나가기로 했다. 우리를 룸까지 안내해주었던 남자 직원이 보여서 슈퍼의 위치를 물었다. 가까운 구멍가게와 먼 슈퍼가 있다고 대략적으로 설명은 해 주었다. 그래도 자세한 사항은 리셉션에서 지도와 함께 설명을 들으라고 했다. 우리는 대충 찾으면 되겠지 하고 리셉션에서 정확한 안내를 듣지 않았다. 이게 화근이 되었다.

    좀 헤매다가 제일 가까운 슈퍼에 도착했다. 이 동네에서 생수를 사려면 노 개스를 외치고, 탄산수를 사려면 개스를 외치면 된다. 생수를 구입하기 위해 '노 개스'를 외첬다. 노 개스는 없고 개스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슈퍼를 가면 되겠지 하고 나왔다. 더 헤매다가 다음 슈퍼에 찾았다. 그런데 9시가 넘어 버리니, 칼같이 문을 안 열어 주었다. 탄산수라도 마시려고 그 전 슈퍼로 되돌아갔다. 근데 이미 거기도 셔터를 내려 버렸다.

    결국 니기타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체크인을 했을 때 눈여겨 보었던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비스트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숙박객으로 붐볐다. 셰이크를 한 잔 주문했다. 근처에 보드 게임이 많이 있었다. 피아 씨와 루미큐브를 한 판 했다.

     

    10월 3일 회계

    아침 식사, 안나 게스트하우스 400 루블

    점심 식사, 휴게소 385 루블

    니기타 게스트하우스 3박 트윈룸 7960 루블

    북부 투어 예약금 2인 600 루블

    카페, 셰이크 400 루블, 카드 결제

    총 9745 루블 (인당 약 9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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