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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이르쿠츠크 여행] 여섯째 날. 말을 타고 알혼 섬을 산책하다
    여행/러시아 여행 2019. 10. 24. 16:43

    여섯째 날. 말을 타고 알혼 섬을 산책하다

    10월 5일, 여행 여섯째 날 이야기

    1. 바디 랭귀지로 승마 특강을 받다

    승마 예약은 11시에 진행했다. 어제보다 조금 늦게 아침을 먹었다. 미적 미적대다가 리셉션을 갔다. 10시 45분쯤 되자, 몽골 복식을 입은 아저씨가 차를 타고 왔다. 통통카를 타고 십오 분 정도 운전했더니, 승마장에 도착했다. 젊은 청년이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의 승마 투어를 같이 하는 다른 손님은 없었다. 비수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승마 투어의 가격이 좀 나가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투어를 하기 전에 방명록을 썼는데, 하루당 사오 명 정도가 승마 투어를 하는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말을 타기 전에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해주는 남자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손짓 발짓과 짧은 영어를 섞어서 설명했다.

    "고삐를 세게 쥐면 전진."

    "고삐를 왼쪽으로 틀면 왼쪽 회전."

    "오른쪽으로 틀면 오른쪽 회전."

    "입을 부르르르.. 털면 말이 움직여. 부르르르."

     

     

    헬멧과 무릎보호대를 착용했다. 대두인 관계로 피아 씨보다 한 치수 큰 헬멧을 쓰려고 했다. 그마저도 맞지 않아서 가이드가 한 치수 더 큰 것으로 주었다. 선반 가장 위에 있는 것이었다. 조금 민망했다. 아무튼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말에 올랐다. 말 뒤에 잠깐 있었는데, 말에 걷어차일 수 있다고 주의받았다.

    2. 겁쟁이의 쭈뼛쭈뼛 말 시승기

    나는 보편적으로 성깔이 치킨이다. 긴장이 되었다. 뻣뻣한 몸을 긴장된 채 말에 앉았다. 말고삐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말이 높기도 했고 계속 들썩거렸다. 말이 들썩거릴때마다 나도 같이 들썩거렸다. 확실히 생물을 타는 게 느낌이 달랐다.

    가이드가 말을 타고 입을 부르르르 털었다. 그러니 과연 말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서 입을 털려고 했다. 잘 되지 않았다. 괜히 멋쩍고 민망해서 웃었다.

    말들은 평소에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아도 일렬로 터벅터벅 걸었다. 종종종 걷는 것이 병아리 유치원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가이드가 탄 말의 뒤꽁무니만 유심히 볼 수 있었다. 과연 뒷다리 근육이 대단했다. 걷어차이면 목숨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이런 걸 어떻게 옛날 사람들은 타고 달리기까지 했는지 말이죠. 낙마하면 바로 골로 갈 것 같아."

    "그러게요."

    이런 식으로 이러쿵저러쿵 잡담을 좀 했다. 그러니 가이드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표정히 상당히 진지했다. 승마할 때는 큰 소리를 내면 안 되나 보다, 하고 잡담을 끊었다.

    말들은 자유분방하달까 정신산만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았다. 고삐를 쥐었는데도 자꾸 움직여서 곤란했다. 별안간은 말이 갑자기 멈췄다. 멍하니 있었다. 볼일을 보기 위해서 멈춘 것이다. 화장실 타임이었는지 앞말도 똥을 한 바가지 쌌다. 또 가더니 이번엔 피아 씨가 타던 말이 멈췄다. 풀을 뜯어먹겠다고 멈춘 것이다. 풀을 계속 맛보려고 하기에, 고개를 숙이지 못하도록 고삐를 동여매었다. 말의 힘이 장사였다. 장갑을 안 끼고 온 게 문득 아쉬워졌다.

     

     

    날씨가 굉장히 선선했다. 우리가 산책하는 곳은 광활한 평지였다. 땅은 단단하지 않은 모래였다. 말이 땅을 내딪을 때마다 푹푹 가라앉는 모래 소리가 났다. 나무들은 없었고 모래톱과 한해살이풀이 흩뿌려져 있었다. 발목 깊이의 습지가 왼편에 있었다. 왼편 끝에는 해안가가 있었다. 멀리 앞을 보았다. 광활한 언덕 끝에 암석이 하나 보였다. 어제 관광했던 샤먼 바위, 부르한 바위였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기분이 상쾌했다.

    가이드는 우리가 잘 따라고 있나 확인하려고 고래를 돌려서 힐끔힐끔 뒤돌아보았다. 유치원 선생님과 원아 두 명이었다. 나는 두 손을 모두 말고삐를 쥐는 데 써서 정신이 없었다. 반면 가이드는 한 손으로 고삐를 잡았다. 그리고 남은 손으로는 핸드폰을 꺼내거나 담배를 피웠다.

     

     

    바이칼 호의 하얀 모래사장 위를 걸었다.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호숫가에는 윤기가 났다. 바퀴 자국, 말발굽 자국, 갈매기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느닷없이 하얀 갈매기떼가 눈앞에서 날아들었고, 바이칼 호수에 퍼드덕거리며 안착했다. 

    3. 점심 식사할 음식점들이 모조리 문을 닫았네

    적당히 숙소에서 쉬고 점심을 먹으러 떠났다. 숙소 이불에 누워 적당한 곳을 물색했다. 하지만 알혼 섬에는 식당도 그다지 없었다. 그나마 있는 식당들도 그럭저럭인 수준이었다. 대충 타협할만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처음에 점찍은 곳에 갔다. 문이 굳게 닫혀있는 데다가 건물이 못생겨서 썩 내키지 않았다. 큼지막하게 카페(кафе)라고 쓰여 있는 것도 감점 요인이었다. 러시아의 카페라는 곳은 대개 커피와 만두를 같이 판매하는 곳이었다. 커피를 먹으면서 특이한 만두 냄새를 풍겼다. 한국으로 치면 커피숍에서 김밥과 김치찌개를 같이 파는 것이다. 커피 마시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는 아저씨 둘이 순대국밥에 김치찌개까지 야무지게 먹고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 따라서 다음 후보지를 가기로 했다.

     

    두 번째는 멀끔한 통나무 건물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안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여주인이 나와서 오늘은 쉰다고 했다. 내일은 여냐 물어보니까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가봐야 알겠단다. 아쉽지만 돌아섰다.

    나기타 하우스에 딸린 카페 비스트로로 향했다. 도착했더니 한시 반 정도 되었다. 중국 여행객 두 명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분명 열었다고 써져 있었는데, 카페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돌아다니는 남자 직원 하나를 붙잡아 상황을 물었다. 안내판을 휙 가리키고 떠났다. 세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호화로운 점심 식사가 허탕이 되었다. 그런 고로 슈퍼에서 대충 사 먹기로 했다. 바디랭귀지를 구사하며 요구르트, 으깬 감자를 속에 채운 빵, 도시락 라면을 구매했다. 라면이 현지화되어 마요네즈라도 들어갔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었다.

    식사는 다이닝 룸은 전체적으로 한적했다. 다른 투숙객들은 남, 북부 투어로 자리를 비웠다.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지긋한 러시아인 남자 직원 아저씨가 우리에게 한국말로 인사했다. 이 아저씨는 모국어인 러시아어는 물론 중국어, 영어, 한국어 인사말을 자유롭게 구사 가능한 양반이었다. 아저씨는 옆 일본인 여자 한 명과 옆 식탁에 동석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일본어 회화를 과외받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일본어를 하면 상대가 틀린 문법만을 교정해 주었다.

    "오늘... 은. 구름... 가"

    "구름이."

    "구름이... 꼈어요. 겨울의 알혼 섬에는 눈이.."

    "내려요. 눈 이 내려요."

    이런 형식의 문답이 이어졌다. 코코아를 마시면서 일어 수업을 엿들었다. 우리 모두 일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므로 꽤나 재미를 보았다.

    4. 쓸쓸한 느낌이 드는 알혼 섬을 산책하며

     

    저녁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무작정 알혼 섬을 걸어 다니기로 했다. 어제 방문했던 부르한 바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호수가를 쭉 걸었다. 관광지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관광객도 현지인도 한 명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맑은 날씨에 차가운 늦가을바람만 고요히 불었다. 순한 강아지들이 돌아다녀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조용하고 고고한 광야의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실제의 단상을 정확히 담아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어느덧 호숫가로 들어갔다. 버려진 듯, 쓸쓸한 느낌이었다. 바다보다 덜 강한 파도들이 들썩거렸다.

     

    토요일 오후의 알혼 섬은 쓸쓸할 정도로 한적했다.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쭉 걸으니 어느덧 침엽수림이 나왔다. 멀리서 보았을 때 이쑤시개 같은 침엽수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안에서 보니까 버려진 유리들이 조각조각이 나 흩뿌려져 있었다. 많이 돌아다니다 바람이 슬슬 거칠게 불어왔다. 잠깐 쉬었다가 숙소로 들어갔다.

    니키타 하우스의 비스트로로 갔다. 점심은 허탕을 쳤지만 성업 중이었다. 피아 씨는 초콜릿 셰이크를 시켰다. 나는 홈메이드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사람들로 카페가 복작복작했다. 음료가 나오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비스트로에는 보드 게임이 여럿 놓여 있었다. 두 개 정도를 플레이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모험한 레모네이드의 맛은 미묘했다. 레몬에 발이 있다면, 레몬이 신은 양말을 살짝 물에 담그면 딱 그 정도 맛이 나올 것 같았다. 식탁에 있는 설탕으로 맛을 세탁해보려고 했지만, 설탕을 넣어도 맛이 똑같았다.

    한국인 일행이 옆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젊은 엄마 두 분과 아이 두 명이었다. 여행을 오며 가며 한국인을 본 적이 없었다. 반가워서 아는 척을 좀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삼박 사일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왔단다. 삼사일 알혼 섬을 보다가 아예 몽골로 가버릴 예정이라고 엄청난 강행군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인의 의지는 대단하다. 아직 북부 투어를 가지 않았기에, 북부 투어의 흉악함을 자세히 묘사해 주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기나 울렁거리는 속을 달랠 콜라를 챙기라고 충고했다.

    10월 5일 회계

    슈퍼 마켓 점심 식사 구매 131 루블

    카페 400 루블

    이르쿠츠크행 귀환 버스 예약금 300 루블

    총합 931 루블 (인당 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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