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러시아 이르쿠츠크 여행] 셋째 날. 바이칼 호숫가의 마을, 리스트비얀카
    여행/러시아 여행 2019. 10. 20. 22:07

    셋째 날. 바이칼 호숫가의 마을, 리스트비얀카

    10월 2일, 여행 셋째 날 이야기

    1. 바이칼 호숫가의 관광 마을, 리스트비얀카

    이르쿠츠크의 호스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정말 사무치게 추워서 얼어 죽기 직전이었다. 어제 사두었던 코코아를 타 먹으니 좀 나았다.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미리 리스트비얀카에 호스텔을 예약했다. 중앙 시장의 리스트비얀카행 밴을 타러 떠났다.

     

    리스트비얀카는 바이칼 호의 관광 마을이다. 바이칼 호수는 호수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깊다. 담수호로는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 바이칼 호수를 관광하기 위해서는 대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리스트비얀카로 가는 것과 알혼 섬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별달리 알아보지 않고 두 군데 전부 숙소를 예약했다. 리스트비얀카에서 일박 후 알혼 섬에서 삼 박이다.

    2. 미니 벤을 타고 리스트비얀카를 향하여

     

    리스트비얀카로 가기 위해서 이르쿠츠크의 중앙 시장으로 향했다. 하얀 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차장이 있었다. 별달리 예약을 하지는 않았다. 영어가 통하지 않으므로 눈치껏 해야 했다.

    리스트비얀카라고 외쳤고 기사 한 명이 안내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150 루블(3000원)이었다. 인당 가격인지, 짐 추가 가격은 없는지 간단히 확인하고 벤에 탔다. 따로 트렁크에 짐을 실지 않고 그대로 탔기 때문에 불편했다. 11시쯤에 탑승했는데,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다. 한 시간 정도 벤을 타고 가니 바이칼 호숫가가 보였다.

     

     

    리스트비얀카는 거대한 바이칼 호수를 따라서 도로가 나 있었다. 바이칼 호 쪽은 해변가였다. 세계에서 가장 맑다는 명성답게 속이 훤히 보다. 하얀 모래에는 사람 한 명 폭의 나무판자가 나 있었다. 한편 반대쪽은 카페나 음식점, 호텔 등등이 드문드문 있었다.

     

     

    3. 호수가 안 보이는 레이크 뷰 트윈 룸

    리스트비얀카의 유일한 주차장이라고 봐도 무방한 공터에 내렸다. 마을에서 가장 전망 좋은 마야크 호텔 (트윈룸 기준 1박 약 4000 루블)이 우뚝 서 있었다. 내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는 중심부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800미터 정도 호숫가를 걸었다. 거기에 언덕을 올라 500미터 정도 가니 게스트하우스를 찾을 수 있었다. 이십 분 정도 걸렸다.

     

    게스트하우스 안나. 좀 많이 외진 곳에 있는 데다 간판도 찾기 힘들었다.

    대형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리셉션에는 고양이가 하나 있다. 방이 꽤 많았지만 그날 숙박하는 건 우리뿐이었다. 이르쿠츠크의 몬타나 호스텔과 달리 난방이 빵빵했으나, 창가 청소를 안 해서 무당벌레 사체들이 많았다. 분명 레이크 뷰로 예약했다. 하지만 호텔 위치상 어느 방에서도 호수가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실제로 창문에서 호수가 안 보였다. 가격차이 별로 안 나는데, 좀 더 알아보고 마야크 호텔을 예약할 걸 그랬다. 와이파이 상태가 매우 좋은 걸 위안 삼았다.

     

     

    4. 바이칼 호의 물은 맑았다

    리스트비얀카는 바이칼 호 하나만 있고, 특별한 관광지는 없는 동네였다. 이르쿠츠크보다 날씨가 훨씬 맑아서 얇은 옷을 입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마야크 호텔 근처에 투어 인포메이션이 있기에, 호수가를 따라 길을 되돌아갔다. 호수답지 않게 잔잔하지 않고, 얇은 파도가 잔잔하게 있었다. 섬 하나 없이 수평선까지 호수가 이어졌다. 물은 모래 한 점 없이 깨끗하고 투명했다.

     

    다음 날 알혼 섬으로 가야 하므로, 인포센터에서 알혼섬 교통편이 얼마인지 물었다.

     

    7시 45분 차와 11시 30분 차가 있고, 6시간 정도 걸리며, 인당 1500 루블(3만 원) 한다고 했다. 미리 돈을 내고 티켓을 받았더니, 차량 번호를 알려주었다. 당일 유람선 투어도 추천해 주었다. 세 시간 이상 유람선을 타는 투어였다. 성향상 가이드 있는 투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거절했다.

     

     

    5. 노천 시장에서 오믈을 맛보다

    마야크 호텔에서 오른쪽으로 걸었더니 노천 시장이 나왔다. 바이칼 호에서는 이름이 오믈인 생선이 특산이다. 연어과의 기름이 많아, 호수에서 건져 올리면 바로 녹아버린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노천 시장에는 훈제 오믈을 꿰어 팔고 있었다. 훈제 오믈을 사보고 싶었으나, 호스텔에서 취사하기가 애매해 자중했다. 그 외에는 과일이나 마트로시카 등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간단히 둘러볼 정도의 규모였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노천 식당에서 사람이 붐비는 음식점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영어로 된 메뉴 따위는 없었으므로 그림을 가리키며 주문했다. 훈제고기 꼬치 요리인 샤슬리, 필라프, 오믈, 국수를 주문했다.

    오믈은 삼치와 연어의 중간 맛이 났다. 괴상하게 생긴 생김새와 달리 무척 맛이 좋았다.

    6. 물개 쇼 가러 봤더니 갑자기 분위기 키스신

     

    노천 시장을 간단히 둘러보고 옆의 아쿠아리움에 갔다. 바이칼 호수의 물개 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매 정각마다 쇼를 시작하는데, 마침 3시라 바로 볼 수 있었다. 네모난 수영장에서 물개 두 마리를 가지고 쇼를 했는데, 난간 하나만 사이로 가까이 볼 수 있었다. 하나는 뚱땡하고 하나는 날씬하다. 수염이며 검은색 눈이며 콧구멍까지 다 보였다. 몹시 귀여웠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매우 아쉬웠다. 인당 500 루블(1만 원)을 지불했다.

     

     

    조련사가 러시아어로 쇼를 진행하며 설명하는데, 알아듣지 못했다. 공 던지기, 깃발 흔들기, 물속에서 바비큐처럼 빙빙 돌기 등을 했다. 진동과 괴성도 들었다. 물개에게 페인트를 묻힌 붓을 쥐어주었다. 물개가 그림을 그렸다. 꼬맹이가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은 전위적인 그림이었다. 조련사가 그림을 가지고 경매를 부쳤는데, 주 고객인 어린아이가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방송의 하이라이트가 되자, 별안간 타이타닉 노래가 나왔다. 천장에서 방수 처리된 꽃 모형이 내려왔다. 뚱땡이가 꽃을 물더니 날씬이에게 프러포즈했다. 그다음에는 물개 두 마리가 서로 입을 맞추었다. 키스신이었다. 러시아의 물개 쇼에는 러브 코미디가 필수인가 보다. 자본주의가 역시 좋다.

    7. 칼바람 우습게 보다가 호되게 당하다

     

     

    4시였다. 원래 예정이라면 1.8킬로미터 떨어진 박물관이나, 그 근처에 있는 전망대에 가려고 했다. 날씨가 뒤통수를 쳤다. 낮에 따뜻해서 얇게 입고 온 것이 화근이었다. 4시쯤 되니 참혹한 칼바람이 몰아쳤다. 얀덱스 택시는 리스트비얀카에서 전혀 매칭 되지 않았다. 미니벤을 히치하이킹하고 돈을 내면 갈 수 있다는데, 걸어도 걸어도 정류장이 전혀 안 보였다.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박물관을 가지 않고 호스텔에 돌아가,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기로 했다.

     

    8. 카페와 레스토랑 찾아라 대모험

    러시아의 카페는 대개 만두를 같이 파는 것을 이미 학습했다. 그런 러시아 카페 말고, 내가 아는 카페를 찾기 위해 검색했다. 나는 패스츄리의 고소한 버터 냄새가 풍기는 카페를 원했다. 적당한 데를 검색해서 갔다.

    2016년 게시물이었는데, 포스트 된 카페가 이미 폐업했다. 정처 없이 주변을 돌아다녔으나, 만두 파는 카페도 찾기 어려웠다.

    삼십 여분 정도 돌아다녀서 카페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손님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피아 씨는 스무디를 주문했다. 디저트로는 바나나 패스츄리를 주문했다. 검증되지 않은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나 라테로 간을 보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스무디를 주문한 피아 씨는 피를 보았다. 내가 각설탕을 넣어보라 했다. 그나마 수습되었던 모양이었다.

     

    페스츄리를 먹은 직후에 바로 식사를 하기에는 좀 애매했다. 마야크 호텔까지는 1km 이상 되는 거리였다. 마야크 호텔의 1층 레스토랑이 괜찮다는 평이 있었다. 다시 노천 시장을 돌아보며 산책을 하기로 했다.

     

    노천 시장은 슬슬 파하는 분위기였다. 블루베리를 조금 사고 싶어서 가격을 물어보았다. 종이컵 크기의 부피에 300 루블(6천 원)을 불렀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7시쯤 되어 마야크 호텔의 레스토랑을 방문했다. 직원이 오늘은 영업이 끝났다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 허탕이었다. 카페 근처를 지나치다가 봐 두었던 음식점에 가기로 했다. 음식점 이름은 리스트비얀카 클럽이다.

     

    9. 러시아 만두에 또 속다

    리스트비얀카 클럽에서는 굉장히 많은 메뉴를 팔고 있었다. 영어 메뉴판이 있어서 메뉴를 숙고할 수 있었다. 웬만해서는 닭요리와 샐러드는 실패하지 않는다. 시금치 치킨 구이와 시저 샐러드를 시켰다.

    이곳도 만두를 팔았다. 오믈로 속을 채운 만둣국을 시켰다.

    시저 샐러드가 먼저 나왔다. 샐러드는 굉장히 맛있었다.

    만둣국이 문제였다. 국에 고수 비슷한 허브와 마요네즈를 풀었다. 만두는 피가 두껍고 속이 없어서 식감이 별로였다. 훌륭한 시저 샐러드와 끔찍한 만두는 극과 극이었다. 러시아 만두의 독특함은 가게의 문제가 아니라 조리법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식사를 마치니 8시쯤 되었다. 가로등이 전혀 없는 데다가 건물도 많지 않다. 한국 시골은 근처 시내에서 빛이 새 나오는데, 이곳은 완전히 칠흑이었다. 휴대폰 랜턴 불빛에 의지해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10. 달 없는 저녁 밤하늘에 뜬 여름의 대삼각형

    밤하늘에는 달이 뜨지 않았고, 빛 한 점 보기 힘들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별자리를 관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보기 힘들지만, 해외서는 그렇지 않다. 나는 그 사실을 인도의 판공초를 관광하며 배웠다. 게스트하우스의 광장에 앉아서 별자리를 관찰했다.

    가을 하늘의 저녁이었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아름답게 빛났다. 여름의 대삼각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은하수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아 페르세우스 자리, 백조자리, 카시오페아 자리를 관찰했다.

    10월 2일 회계

    미니 벤 300 루블

    안나 게스트하우스 트윈 룸 1박 2950 루블

    알혼 섬 벤 예약 2인 3000 루블

    점심식사 920 루블

    아쿠아리움 2인 1000 루블

    카페 500 루블

    슈퍼 70 루블

    저녁식사 2인 1320 루블

    총 10060 루블 (인당 약 10만 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