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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이르쿠츠크 여행] 다섯째 날. 환상적인 풍경 속 냉엄한 오프 로드, 두 얼굴의 알혼 섬 북부 투어
    여행/러시아 여행 2019. 10. 23. 01:08

    다섯째 날. 환상적인 풍경 속 냉엄한 오프 로드, 두 얼굴의 알혼 섬 북부 투어

    10월 4일, 여행 다섯째 날 이야기

    니기타 하우스에서 조식을 먹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마트에서 크레이프를 부쳐 파는 것을 봤었다.

    여기서 크레이프를 부쳐주고 있었다. 크레이프를 세 장 먹었다. 놓인 소스가 뭔고 물었더니 수제 블루베리 잼과 연유라고 했다. 블루베리 잼의 산미가 괜찮았다.

    1. 알혼 섬 국립공원을 순회하는 북부 투어

    북부 투어는 열시에 시작했다. 중국인들이 삼삼오오 나왔다. 출국과 귀국일이 중국 국경절과 겹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같이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북부 투어는 알혼섬 북부를 기사와 같이 돌면서 진행되었다. 국립 공원을 낀 북부 해안가를 반나절 동안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말이 섬이지 알혼 섬은 제주도에 삼분지 일의 크기이다.

     

    그런 섬의 절반을 반나절만에 돌았다. 과연 와일드한 투어였다. 전망이 좋은 다섯 군데 정도에서 잠시 정차했다. 그러면 관광객이 알아서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기사는 스폿마다 따로 가이드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알혼 섬으로 가는 여정은 멀미를 해도 온 로드였다. 하지만 북부 투어는 오프 로드 투어였다. 비포장도로를 주파하며 갔다. 덜컹거림에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비포장 도로라는 것도 도로에게 굉장히 실례되는 표현이다. 바위산길에 벤들이 지나갔고, 그 자리에 길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극도의 차멀미로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갔다.

    알혼 섬의 중부는 민가에서 키우는 개나 소가 드문드문 보였다. 국립 공원인 북부는 야생 동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민가나 주민, 건물도 전혀 없었다. 공원용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자동 로밍되었던 통화권도 이탈되었다.

    2. 깎아지른 절벽이 아찔한 알혼 섬 북부

    같은 바이칼 호의 일부였으나 알혼 섬과 리스트비얀카의 지형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해안가인 리스트비얀카는 바이칼 호를 자유롭게 탐방할 수 있었다. 육지가 저지대에 있어서 몇 계단 내려가면 호수를 맛볼 수 있었다. 알혼 섬 북부는 높이 깎아 오른 아찔한 절벽으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바이칼 호수를 가까이서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기사가 정차하면 눈치껏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샷이 잘 나올만한 정해진 장소만 골라서 안내해 주었다. 자연적으로 만든 절벽들의 사진을 정신없이 찍었다. 망원렌즈로 찍거나 사진술이 좀 더 좋았으면 괜찮은 사진이 나왔을 것 같다.

    세 번째 장소에 내리기 전에 기사가 간결한 영어로 말했다.

    "영어 할 줄 아는 분?"

    "제가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한시간 반 정도 관광하고 돌아오세요. 그동안 점심을 준비합니다. 한 시 사십 분까지 오세요."

    다른 관광객들에게 전해달라는 듯했다. 중국인으로 알고 중국인 일행에게 전해 달라는 눈치였다. 물론 중국어는 알지 못하므로 그러지 못했다. 다행히 중국인들도 영어를 알아들은 듯 보였다.

     

     

    세 번째 정차 장소는 가장 규모가 컸다. 숲과 언덕, 초원을 건너 아찔한 높이의 절벽이 있었다. 난간 하나 없는 절벽이었다. 절벽 아래 시선 끝은 닿지도 않았다. 다만 바이칼 호수의 얇은 파도 소리만 들려왔다. 우리는 뒤에서 밀면 누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쑥덕대었다.

     

     

    아무튼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사진을 이곳지곳 찍어대었다. 사진 찍기에 관해서는 우리는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망원렌즈로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예 드론으로 촬영하는 사람도 한두 명 있었다.

     

    3. 국립 공원에서 피크닉 점심을

    적당히 투어를 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벤으로 돌아갔다. 1시 20분이었다. 집합 시간보다 20분 이른 시건이었다. 벤이 두 대 모여 있었는데, 운전기사도 다른 얼굴이고 식사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이상하다 생각했다. 피아 씨가 우리가 엄한 데서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다. 통화권 이탈이지만 GPS 지도를 미리 촬영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 GPS에 의지해 집합 장소로 돌아갔다.

    꽁치를 감자에 같이 끓인 수프, 오이 무침, 치즈 바른 빵, 생토마토와 따뜻한 홍차를 같이 먹었다. 피크닉에 온 느낌이 들어서 맛이 각별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여서 식사를 했는데, 한 명이 시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같이 탑승한 중국인 부부가 찾으러 돌아간 결과, 십여분 뒤에 도착했다.

     

    4. 북부 투어의 오프로드 대마왕은 잊지 못할 거야

    두 군데를 더 돌았다. 다시 오프 로드였다. 오프 로드는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다. 끔찍하다. 안전 벨트를 생존을 위해 매야 했다. 안 매면 몸이 용수철이 되어 튀어나올 듯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는데, 렌즈통을 붙잡고 있었다. 손을 떼는 순간 카메라가 날아갈 것 같았다.

    매스 미디어는 오프 로드를 대단히 낭만적인 그 무언가로 미화했음을 알았다. 매스 미디어의 폐해이다. 오프 로드에는 낭만이 없다. 그 대신 오프 로드에는 죽음이 있다. 오프 로드는 절대악이다. 알혼 섬까지 가는 멀미 순회 온 로드가 그냥 커피라면, 북부 투어는 TOP다. 자고로 여행은 시작과 끝이 좋아야 한다. 북부 투어는 시작도 끝도 좋지 못했다. 알혼 섬의 북부 투어를 도전하기 위해서는 각별한 용기가 필요하다. 북부 투어는 환상적인 사진을 손에 넣기 위한 오프 로드의 세이렌과의 거래이다. 아무튼 머릿속에 공포로 깊이 남을 것 같다.

     

     

     

    5. 한 번 정도는 오프 로드에 영혼을 팔아볼 만 할 지도

    날씨가 청명했다. 일반적인 관광지와 달리,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다. 주변 경관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실제 풍경과 카메라의 풍경을 비교했을 때, 카메라는 단편만 보여주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하지만 카메라에 담긴 그 조각도 보석처럼 빛난다. 그런 사진들을 몇 장 첨부해 보았다. 한 번 정도야 오프 로드에 속아서, 영혼을 매각할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님 말고.

     

     

    6. 남부 투어를 대신할 투어를 알아보다

    남부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 평판을 보아하니 남부 투어도 별반 북부 투어와 내용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애증의 대상이 된 북부 투어를 고려해 보었다. 남부 투어까지 소화하기는 무리였다. 리셉션에 가서 다른 투어가 있나 문의했다.

    "페리 관광을 하고 싶은데, 혹시 있나요?"

    "아뇨, 없어요."

    "여기만 없는 건가요, 아니면 알혼 섬에서 다른 데 찾아보면 나와요?"

    "다른 데도 없어요. 보트 투어는 여름에만 운영해요. 지금은 너무 추워서 어딜 가도 하는 데가 없을 거에요."

    "정확히 언제까지 하는 데요?"

    "한 9월까지는 하는 것 같아요."

    아쉽지만 알겠다고 했다. 남북부 투어 외에는 승마 투어가 있었다. 인당 한 시간당 1200 루블이었다. 승마 투어는 밤 9시까지 신청하면 접수된다고 했다. 그때까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 근처에서 돌아다닐 만한 데 있나요?"

    라고 물어보니, 마을지도를 보여 주면서 편의 시설 등등을 설명해 주었다. 해질녘을 볼 만한 적당한 데가 있냐고 물었다. 다 괜찮은데, 샤먼 바위가 데가 제일 볼만하다고 대답했다. 슈퍼에서 콜라를 좀 사마셔서 심각한 차멀미를 잡재우고, 샤먼 바위에서 해질녘을 찍기로 했다.

    리스트비얀카에서도 그랬는데, 알혼 섬에도 중 대형견들이 굉장히 많았다. 집집마다 키우는 것 같았다. 물지도 않고 짖지도 않았고, 우리를 볼 때마다 졸졸 따라다녔다.

    7. 샤머니즘의 성지 부르한 바위

    슈퍼 가는 길을 찾아가긴 했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샤먼 바위에 들어갔다.

     

    리셉션에서 속칭 '샤먼 바위'라고 한 바위는 높은 언덕을 지나 있었다. 언덕 끝은 해변가와 맞닿아 있었다. 초승달 모양의 해변가는 하얀 모래톱이 있었다. 그 끝에 거대한 바위가 있었다. 바위는 단단한 암석으로 되어 있었다. 샤먼 바위에 저녁 파도가 쳤다.

     

    샤먼 바위의 현지 이름은 부르한 바위였다. 바이칼 호수가 샤머니즘의 성지였다. 바이칼 호수에서 샤머니즘으로 가장 신령스러운 바위가 부르한 바위였다. 부르한 바위 가는 길 언덕 중턱에 높이 솟아 오른 열세 개 기둥이 있었다.

     

    기둥은 오색빛 천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기둥 아래에는 돌더미들이 올려져 있었다. 바이칼 호수의 원주민은 부랴트족이다. 부랴트족의 설화 속 천신 텡그리에게는 열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열세 기둥은 각각의 아들의 신위였다.

     

     

    날은 이미 저물어 부르한 바위 너머 수평선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초승달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위에 높이 떠 있었다. 해질녘에 맞추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미 와 있었다.

     

    드론으로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삼각대에 아이폰을 놓고 해 지는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도 사진을 찍으며 해질녘을 감상했다.

     

     

    10월 4일 회계

    북부 투어 2인 2200 루블

    빨래 150 루블

    슈퍼마켓 465 루블

    말 투어 2인 신청 2400 루블

    총 5215 루블 (인당 약 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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